공간일기 SPACE DIARY :: 흰여울 문화마을

흰여울 문화마을

category Bravo my life/space diary 2019. 8. 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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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이틀째
감천문화마을을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요즘 핫하다는 친구의 추천에 사전정보 없이 흰여울 문화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해운대에서 대중교통을 2번 갈아타 1시간10분정도 걸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도로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페인트가 칠해진 좁은 골목길 입구가 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비단 하나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했다.
폭이 1m쯤 되었던가, 워낙 구불구불해서 어떤 부분은 그보다 좁았을지도 모르겠다. 지형을 따라 순간순간 대응하여 만들어진듯 한 단을 몇 번 내려가니 양 옆의 시선을 가로막던 집들의 영역이 끝나고 생각치도 못한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뷰가 펼쳐진다.

흰여울 문화마을의 초기모습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난수도에 뒤늦게 정착한 주민들이 도심 밖으로 밀려나며 조성한 일종의 판자촌이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듯한 형상을 띄나, 버스에서 하차 후 마을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었다.
바다에 면한 지역이기 때문에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이 위치한 평지가 중턱에 위치하고, 거기서부터 바다를 향해 내려가며 주거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서울의 달동네와는 차이점을 가진다. 같은 경사지에 위치해 있지만 백사마을과 같은 달동네는 도심에서 올라가야 하고, 흰여울 문화마을은 도심에서 내려가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 아름다운 경관은 정착민들이 이곳에 입주한 이유는 아니었던 것이다.
안식처를 찾으려는 피난민들의 치열한 투쟁의 과정 상에 형성된 이 마을의 질감과 흔적들이 페인트로 덫칠 된 지금의 모습이, 타일아트를 감상하며 골목길을 걷다 철창이 설치된 좁은 창문 너머로부터 넘어온 김치찌개 냄새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나에게 어딘가 찜찜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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